한때는 누구나 입에 올리던 단어였다. ‘메타버스(Metaverse)’와 ‘VR(Virtual Reality)’.
팬데믹을 기점으로 온라인 중심의 삶이 급속히 확산되자, 우리는 현실과 가상이 겹쳐지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마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현실이 될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2024년 현재, 메타버스와 VR은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 대중화되지 않았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무겁고 비싸고 어지럽다. 그런데도 메타(Meta)는 수조 원에 이르는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이 시장을 절대 놓지 않는다. 왜일까? 우리는 이 기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메타버스’는 단순한 VR 공간이 아니다. 현실을 디지털로 확장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고, 경제 활동과 창작을 함께 수행하는 통합된 디지털 생태계를 말한다. 즉, 메타버스는 ‘디지털 평행 세계’가 아니라, 현실과 긴밀히 연결된 확장 현실(Extended Reality)을 지향한다.
여기에는 가상 현실(VR), 증강 현실(AR), 혼합 현실(MR)을 포함한 XR 기술이 모두 포함되며, 플랫폼, 콘텐츠, 디바이스, 그리고 이를 움직이는 AI와 네트워크 기술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렇기에 메타버스는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디지털 인프라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1. 왜 메타는 VR과 메타버스에 집착할까?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2021년, 회사명을 아예 ‘Meta’로 바꾸며 선언했다.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미래다.” 그 이후 메타는 VR 사업 부문인 Reality Labs에서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을 적자 처리하고 있다. 2023년까지 누적 손실은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메타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플랫폼의 주도권 때문이다.
PC 시절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스마트폰 시절에는 애플과 구글이 지배했다. 메타는 그 다음 시대, 즉 공간 기반 컴퓨팅 시대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VR과 메타버스 기술을 절대 놓지 않는 것이다.
2. 지금의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
최근 몇 년간, VR 기기는 꾸준히 진화해 왔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다음과 같다.
- Meta Quest 3: 독립형 헤드셋, 혼합현실(MR) 기능 강화, 자체 칩셋 탑재
- Apple Vision Pro: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손 추적, 패스스루 기반의 공간 컴퓨팅
- Pico, Sony PS VR2: 게임 중심의 몰입형 콘텐츠 강화
특히 Eye Tracking(눈 추적), Hand Tracking(손 인식), Passthrough Camera(외부 세계 투과 카메라) 기술의 발전은 VR이 ‘완전한 폐쇄 공간’에서 ‘현실과 혼합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그럼에도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는?
지금의 VR과 메타버스 기술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 다음은 주요 대중화 장애 요인들이다.
① 경제적 장벽
- Apple Vision Pro는 3,499달러(한화 약 450만원)에 출시됐다.
- Quest 3조차도 액세서리까지 포함하면 100만 원을 넘는다.
- 고성능 PC가 필요한 PC VR은 추가적인 그래픽 카드 투자도 요구한다.
② 생리적·물리적 불편
- VR 멀미(사이버 시크니스)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 무게와 착용감이 개선되었지만, 장시간 사용은 어렵다.
- 시야각(FOV), 프레임레이트, 레이턴시 등의 기술적 한계가 있다.
③ 콘텐츠의 부족
- VR 게임 외에는 킬러 콘텐츠가 거의 없다.
- 교육, 협업, 의료 등은 시도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수요는 제한적이다.
④ 사회적 허들
- 헤드셋을 쓴 사람은 외부와 단절된 듯한 인상을 준다.
- 혼자 몰입하기 좋은 기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 프라이버시와 보안 문제도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결국 지금의 메타버스는 기술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일상에 녹아들기에는 어색한 존재다.
4. 무엇이 더 필요할까?
VR과 메타버스가 진짜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더 좋은 스펙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완전히 새롭게 바꿔야 한다.
- 초경량 HMD: 안경 수준의 무게
- 시각·청각·촉각의 통합: 공간 음향, 햅틱 피드백
- 콘텐츠 다양성 확보: 업무, 생활, 엔터테인먼트 등
- 사회적 수용성 향상: 공유 공간, 아바타의 자연스러운 표현
특히 최근에는 기업들이 수백만 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몰입형 VR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 연수용 3D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박물관의 실감형 전시 공간, 메타버스 쇼핑몰이나 가상 오피스 공간 같은 고품질 3D 환경은 제작 단가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한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 실감형 체험 제공, 차별화된 고객 경험 창출을 위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곧 메타버스가 단순한 유행이 아닌, B2B 중심의 실질 수요 기반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아직은 소비자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은 없지만, 산업·교육·관광·마케팅 분야에서 실사용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전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5. 다른 기술들과의 연관성
메타버스는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기술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 AI: 가상 캐릭터와의 대화, 콘텐츠 자동 생성, 감정 표현
- 반도체: 연산 속도 개선, 발열 제어, 소형화된 칩셋
- 클라우드/에지 컴퓨팅: 실시간 렌더링과 낮은 지연 시간 확보
- 네트워크(5G/6G): 무선 환경에서의 스트리밍 몰입감 극대화
결국 메타버스의 미래는 이들 기술의 ‘공동 진화’에 달려 있다.
6. 한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SKT, 삼성전자 등이 메타버스 및 XR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 네이버의 ‘제페토’는 아시아 중심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 중
- 삼성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칩셋 설계에 적극적
- LG는 XR 디바이스보다는 콘텐츠와 B2B 솔루션에 집중
하지만 하드웨어 중심의 XR 생태계는 아직 미완성이다. VR 기기 제조는 대부분 해외 업체가 주도하고 있으며, 국내 스타트업은 플랫폼보다는 콘텐츠 제작 쪽에 집중되어 있다.
마무리: 지금은 '가능성의 시장'
메타버스와 VR은 아직 완성된 세계가 아니다. 지금은 오히려 “이 기술이 무엇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실험이 이어지는 시기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현실을 확장하려는 욕망’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기술은 그 욕망을 따라 결국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지금 VR을 쓰는 사람은 적지만, 10년 뒤의 사람들은 이 시기를 이렇게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진짜 현실은 바뀌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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