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는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는 데 익숙해졌다. 단순한 검색을 넘어, 마치 사람처럼 말을 이어가는 AI는 이제 낯설지 않다. “기분이 안 좋아”라고 말하면 공감해주고, “무슨 영화가 좋을까?”라고 물으면 취향을 고려한 추천도 해준다. 어떤 순간에는 친구 같고, 어떤 때는 비서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점은, 이 AI가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며’ ‘사람처럼 말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단순히 정보를 뱉는 것이 아니라, 문맥을 파악하고, 어조를 조절하고, 질문에 맞는 대답을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마치 ‘의식’을 가진 존재처럼 말이다.
이 글에서는 최신 AI가 어떻게 이렇게 ‘사람처럼 말할 수 있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기술적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직접 이런 대화형 AI를 만들어보려면 어떤 개념들을 익혀야 하는지도 함께 다뤄본다.
1. 최신 인공지능의 말하기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2024년 현재, GPT-4, Claude 3, Gemini 1.5, Mistral 등 최신 언어 모델들은 단순히 문법에 맞는 문장을 생성하는 것을 넘어서, 창의적인 이야기, 논리적인 주장, 감정이 담긴 대화까지 가능하다. 특히 몇몇 모델은 인간과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구별이 힘들 정도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외로워서 말 걸었어"라고 말하면 AI는 이렇게 답할 수 있다. “그럴 수 있죠. 나도 오늘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뭐든 편하게 말해줘요.”
이런 반응은 단지 단어를 예쁘게 고른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말투, 정서적 공감, 대화의 맥락까지 고려한 결과다. 지금의 AI는 단순히 정보만 처리하지 않는다. 사람처럼 말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2. 어떻게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까?
핵심은 언어 모델(Language Model)이다. 언어 모델은 많은 문장을 학습한 후, 주어진 문맥에 이어질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나는 오늘 아침에 커피를 ___”라는 문장이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단어(마셨다)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수백억 개의 문장을 학습하며, 단어 간의 관계, 문장 구조, 주제의 흐름을 통계적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이 예측 능력이 쌓이면서, 사람처럼 문장을 이어가고 대화를 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단어 예측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장의 맥락, 대화 흐름, 감정 뉘앙스까지 반영하려면 더 정교한 구조가 필요하다. 그 구조가 바로 지금 설명할 Transformer 아키텍처다.
3. 말하기 능력을 만든 기술의 뼈대, Transformer
2017년 구글이 발표한 논문 제목은 단순했다. “Attention is All You Need.” 그리고 그 안에는 혁신적인 언어 이해 구조인 Transformer가 있었다.
Transformer의 핵심은 ‘self-attention’이라는 개념이다. 문장의 모든 단어가 서로에게 얼마나 주목해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그는 엄마에게 전화했다”라는 문장에서 ‘그’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엄마’는 어떤 역할인지 등을 스스로 계산한다.
이 방식은 문장을 단순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해석하는 기존 모델(RNN, LSTM)보다 훨씬 유연하고 빠르다. 단어들이 서로의 의미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AI는 사람처럼 맥락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이 구조 덕분에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할 수 있고, 장기 기억처럼 긴 문맥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AI는 이 Transformer 구조 위에서 훈련된 ‘거대한 언어 뇌’인 셈이다.
4. LLM: 대규모 언어 모델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GPT, Claude, Gemini 같은 이름으로 접하는 AI는 사실 모두 ‘LLM(Large Language Model)’의 일종이다. LLM은 말 그대로 엄청나게 많은 텍스트를 학습한 언어 모델이다. 훈련에는 수백GB~수십TB의 텍스트 데이터가 사용되며, 모델 내부에는 수십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가 존재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수능 국어 지문을 수천만 개 외운 다음, 어떤 질문에도 적절히 답할 수 있도록 훈련된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단순한 암기와는 다르다. LLM은 단어와 문장 사이의 통계적 패턴, 의미의 흐름, 문맥의 연결성을 학습한다. 그래서 단순히 외운 걸 꺼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장을 '예측'하고 '조합'해내는 능력을 가진다.
예를 들어, “나는 오늘 기분이…”까지 입력하면, LLM은 수많은 문장 패턴을 참고해 “좀 우울하다”, “꽤 상쾌하다”, “좋지는 않다” 같은 문장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은 인간의 창의성과도 닮아 있다.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장을 조합하듯이, AI도 데이터에서 학습한 경험을 활용해 말을 이어간다.
5. Transformer 내부 연산을 쉽게 설명해보면
Transformer가 문장을 이해하는 과정은 ‘주의(attention)’라는 개념으로 요약된다. 문장의 모든 단어가 서로 얼마나 주목해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self-attention 메커니즘을 통해 AI는 문맥을 파악한다.
이 과정을 수백 개, 수천 개의 층(layer)에서 반복하면서, AI는 문장 전체 구조를 파악한다. 쉽게 비유하자면, Transformer는 모든 단어에게 “너 지금 누구한테 신경 써야 해?”라고 물어보는 구조다.
6. AI는 감정을 이해하는 걸까?
지금의 AI는 감정을 ‘이해’하거나 ‘느끼지는’ 못한다. 하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 패턴은 아주 많이 학습했다. 예를 들어 “우울하다”는 입력에 대해 “그럴 수 있어요. 힘든 하루였나 봐요.”라고 반응할 수 있는 건, 그런 대화 패턴을 많이 학습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AI는 사람처럼 감정을 표현하는 ‘흉내’를 낼 수는 있지만, 실제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상담이나 공감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여전히 사람과의 대화가 중요하다.
7. 우리가 직접 만들려면 뭘 배워야 할까?
기본적인 Python 프로그래밍과 함께, HuggingFace 라이브러리를 활용하면 누구나 LLM을 불러와 실습할 수 있다. Colab에서 실행하고, 사전학습된 모델로 간단한 챗봇을 구현하거나 문장을 생성해볼 수 있다.
파인튜닝을 통해 말투를 바꾸거나 특정 용도로 특화시킨 AI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필요한 건 개념 이해와 꾸준한 실습, 그리고 다양한 텍스트 데이터를 준비하는 것이다.
8. 아직 완벽하지 않다: AI 말하기 기술의 한계
AI는 문장을 만들지만 진위를 판단하지 못한다. 즉,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사실'인지 판단하는 능력은 없다. 이를 '환각(hallucination)' 문제라고 한다.
또한 대화가 길어질수록 이전 맥락을 잊거나, 일관성을 잃는 문제도 있다. 이는 문맥 창(window size)의 한계 때문이다. 일부 최신 모델들은 128K 이상의 문맥 길이를 지원하며 점차 개선 중이다.
9. 비용의 문제: 누가 만들고, 누가 유지할 수 있을까?
GPT-4 같은 대규모 모델은 훈련에 수백억 원 이상이 들고, GPU 수천 대가 필요하다. 일반인이 혼자 만들 수는 없지만, 오픈소스 LLM이나 클라우드 API를 활용해 실험하는 것은 가능하다.
운영에도 서버비, 스토리지, 트래픽, 모니터링 등 유지비용이 들어간다. 그래서 많은 개인 개발자나 스타트업은 서버리스 방식이나 경량 모델로 접근한다.
10.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말하기 기술의 미래
앞으로 AI는 글뿐 아니라 소리, 이미지, 영상까지 이해하며 말하게 될 것이다. 멀티모달 대화가 대세가 되고, 개인 맞춤형 에이전트가 보편화될 가능성도 크다.
AI는 점점 더 '사람다운 대화'에 가까워지고 있고, 그 중심에는 언어 모델이 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이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섰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AI와 미래기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GPT vs Midjourney : 생성형 AI의 두 축,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1) | 2025.04.10 |
---|---|
인공지능은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0) | 2025.04.10 |
다크팩토리: 자동화의 끝에서 마주한 미래 (1) | 2025.04.09 |
블록체인 기술의 진화와 잠재적 영향 (2) | 2025.04.08 |
양자컴퓨팅의 원리와 이 기술이 미칠 영향 (1) | 2025.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