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먼지 한 톨’ 때문에 불량이 생길 수 있는 산업이다. 그만큼 깨끗함은 이 산업의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대부분 클린룸(Clean Room)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모든 작업이 이뤄진다. 하지만 이 공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고, 왜 그렇게까지 중요한지 잘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1. 클린룸이란 무엇인가?
클린룸은 단어 그대로 ‘청정한 방’이다. 외부의 먼지, 박테리아, 화학물질, 온도, 습도, 진동 등을
극도로 제한해 놓은 공간으로, 1㎥(세제곱미터)당 허용되는 입자 수에 따라 등급이 정해진다.반도체 공정에서는 Class 1~10 수준의 초고청정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일반적인 사무실보다 1만~10만 배 더 깨끗한 수준이다.
2. 왜 그렇게까지 깨끗해야 하나요?
현재 반도체의 회로는 5nm 이하 수준까지 미세화됐다. 이는 머리카락 굵기의 1/10,000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렇게 미세한 회로 위에 먼지 한 톨만 올라가도, 전기가 흐르지 않거나 단락이 발생할 수 있다. 즉, 한 장의 웨이퍼가 수천 개의 반도체 칩으로 잘려나가는데 이 중 일부라도 오염되면 막대한 불량 손실로 이어진다.
실제로 불량률 0.1%를 줄이는 것이 수백억 원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3. 클린룸의 내부는 어떻게 운영될까?
◆ 작업자는 어떻게 입장하나요?
외부에서 클린룸 안으로 들어가려면 ‘에어샤워(Air Shower)’를 통과해야 한다. 고속 송풍기를 이용해 의복의 먼지를 제거하는 장치다.
그 후 작업자는 아래와 같은 복장을 착용한다:
- Smock복: 몸 전체를 감싸는 먼지 방지복
- 제전 장갑: 정전기로 인한 회로 손상 방지
- 라텍스 장갑: 이중 장갑 착용으로 이물질 전이 방지
- 전용 마스크, 모자, 덧신
◆ 사용하는 도구도 특별하다
- 전용 볼펜: 일반 볼펜의 잉크 가루조차 오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클린룸 전용 잉크나 필기구만 사용 가능하다.
- 노트: 먼지가 일어나지 않는 특수지(무진지) 사용
- 장비 표면도 정전기 방지 코팅 처리
작업자는 하루에도 수차례 복장을 갈아입고, 입·출입 시마다 에어샤워를 통과한다. 심지어 화장품, 향수, 금속 악세사리도 전면 금지다.
4. 클린룸은 얼마나 유지하기 힘든가요?
클린룸을 유지하려면 거대한 HEPA 필터 공조 시스템이 24시간 365일 가동되어야 한다. 공기는 상부에서 하부로 흐르며 한 방향으로 유입·배출되고, 실내 압력은 외부보다 높게 유지된다.
이는 에너지 비용의 약 30~50%를 차지할 정도로 운영비에 큰 부담이 된다. 또한 모든 장비와 배선도 클린룸 사양에 맞춰 설계되어야 하므로 건설과 유지 보수에도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하다.
5. 일반적인 생산 시설과 무엇이 다를까?
일반 공장이나 전자기기 조립 라인에서도 청정도를 신경 쓰긴 한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은 입자 하나, 수분 한 방울, 정전기 하나도 치명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클린룸은 단지 ‘깨끗한 작업 공간’이 아니라 반도체 품질을 좌우하는 설비 그 자체인 것이다.
6. 마무리: 먼지 한 톨이 수조 원을 날릴 수도 있다
반도체 산업은 끊임없이 미세화되고 있다. 그 말은 곧 청정도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클린룸은 단순히 먼지를 막는 공간이 아니다. 수조 원의 설비를 보호하고, 수천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살려내는 보이지 않는 방패다. 한 마디로, 클린룸 없이는 반도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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