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은 흔히 '먼지가 없는 우주'라고 불린다.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실리콘 위에 집적하는 이 정밀 산업에서는, 사람의 머리카락 한 올보다 작은 오염 입자조차도 치명적인 결함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웨이퍼를 옮기는 일은 단순한 물류가 아니라 '정밀 공정의 연장선'으로 여겨진다.
OHT(Overhead Hoist Transport)는 반도체 클린룸 내부에서 웨이퍼 캐리어를 공중으로 운반하는 자동화 물류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생산성, 수율,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1. OHT란 무엇인가?
OHT는 반도체 공장 천장에 설치된 레일 위를 주행하는 자동 운반 장치다. 이 장치는 FOUP(Front Opening Unified Pod)이라 불리는 웨이퍼 캐리어를 들어올려 특정 공정 장비까지 옮긴다. OHT는 마치 공장 천장을 달리는 무인 열차처럼, 지정된 경로를 따라 FOUP을 정확한 위치에 놓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한다.
웨이퍼 하나는 평균 300mm 직경이며, 그 안에는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반도체 칩이 들어간다. 이를 담은 FOUP 하나의 가치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를 넘긴다. 따라서 이 운반 과정이 '정확하고 안전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2. OHT의 핵심 역할
OHT는 단순한 물류 설비를 넘어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한다:
- 정밀 자동 이송: mm 단위의 위치 정밀도를 유지하며 FOUP 운반
- 클린룸 유지: 바닥에 먼지를 일으키지 않으며 천장을 활용한 청정 환경 유지
- 생산 계획 연동: MES(제조실행시스템)와 연결되어 공정 순서 자동 관리
- 무인 운영: 야간, 휴일 관계없이 24시간 연속 운전 가능
OHT는 클린룸 공정의 '혈관'처럼 생산의 흐름을 매끄럽게 유지시켜주는 존재다.
3. 사람 손과 OHT의 차이점: 자동 vs 수동
OHT가 도입되기 전, 반도체 공장은 사람의 손, 혹은 작업자가 끌고 다니는 밀차로 FOUP을 운반했다. 지금도 일부 조립 공정이나 테스트 라인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직접 운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두 방식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OHT 시스템의 장점
- 정밀도 우수: 지정된 위치에 mm 단위로 정확한 배치 가능
- 오염 최소화: 바닥에 닿지 않기 때문에 먼지 발생 거의 없음
- 24시간 무중단: 사람 교대 없이 계속 운전 가능
- 데이터 연동: MES와 실시간 연동되어 생산 흐름 자동화
- 공간 활용 효율적: 천장 공간을 활용하여 바닥 혼잡도 최소화
OHT 시스템의 단점
- 초기 설치 비용 높음: 수십~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 필요
- 설비 고장 시 생산 라인 전체 중단 가능성
- 유지보수 복잡: 전용 설비 및 전문 인력 필요
수동 밀차 운반의 장점
- 도입 비용 거의 없음: 밀차와 작업자만 있으면 가능
- 유연한 동선: 라인 변경 시 설비 재배치 불필요
수동 밀차 운반의 단점
- 오염 위험: 바닥 마찰로 인해 먼지 발생 가능
- 휴먼에러: 작업자 실수로 FOUP 손상, 공정 누락 가능성
- 운반 속도 및 정확도 한계: 숙련도 의존도 큼
- 인건비 누적: 지속적인 인건비 발생 및 교대 필요
결론적으로, 수동 운반은 초창기 구축비용이 적지만 장기적으로는 효율성과 신뢰성, 청정도 측면에서 한계가 많다. 반면 OHT는 초기비용은 높지만, 생산성, 품질, 청정 환경 유지 측면에서 우수하며, 결국 전체 운영비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
4. 하이닉스 청주 M15X 사례
이러한 추세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청주에 M15X라는 새로운 팹(Fab)을 착공하며, 최첨단 OHT 기반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공장은 2025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총 20조 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진다.
M15X 팹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을 핵심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정밀 자동화 물류 시스템이 필수적인 인프라로 채택되었다. SK하이닉스는 이천에서 활동 중인 DRAM 전문 인력 일부를 청주로 재배치하고, 장비 설치 및 인프라 구성을 서둘러 추진 중이다.
OHT 시스템을 통해 하이닉스는 생산성 극대화, 오염 방지, 인력 운영 최적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으며, HBM 생산에 필요한 고수율을 확보하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5. 결국, OHT로 간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반도체 제조사는 최종적으로 OHT 기반 자동 물류 시스템을 선택한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마이크론, 그리고 SK하이닉스까지 OHT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신공장은 설계 단계부터 이를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동화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수율이 중요해질수록, 웨이퍼 단가가 높아질수록 물류의 신뢰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 사람의 손보다 기계가 더 정밀하고, 더 안전하며, 더 청정하다면, 그 기술은 곧 산업의 표준이 된다.
OHT는 이제 그런 기술이 되었다.
맺음말: 공장을 위에서 흐르게 하다
OHT는 단순한 자동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공장이라는 유기체의 혈관'이자, '신뢰와 정밀도의 물류 시스템'이다. 우리가 반도체를 이야기할 때 설계와 공정만 이야기한다면, 그 반은 놓치는 셈이다.
그 공정을 연결하는 것, 그 흐름을 깨끗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OHT의 역할이다. 공장은 점점 공중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 위를 달리는 작은 물류 열차가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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