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노트북, SSD, 서버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두 가지 메모리 용어가 있다. 바로 DRAM과 NAND다. 이들은 모두 반도체 메모리지만, 역할과 구조, 속도, 가격 등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본문에서는 이 두 메모리의 차이점을 기술적·기능적 측면에서 쉽게 설명하고자 한다.
1. DRAM이란 무엇인가?
DRAM(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은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휘발성 메모리다. 전원이 꺼지면 저장된 정보는 모두 사라진다. 컴퓨터, 노트북, 서버, 스마트폰 등에서 '작업 메모리'로 사용되며, 프로그램 실행 시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불러오고 처리하는 데 사용된다.
DRAM은 전자 칠판에 비유할 수 있다. 수업 중 빠르게 내용을 적고 설명하고 나면, 다음 수업을 위해 모두 지워버리는 공간이다. 전원이 꺼지면 이전 내용은 남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내용을 빠르게 적고 지우는 것이 특징이다.
DRAM의 구조는 간단하다. 각각의 셀은 1개의 트랜지스터와 1개의 커패시터(축전기)로 구성되며, 커패시터는 전기를 저장하고 트랜지스터는 그 전기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커패시터의 전하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줄어들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리프레시(refresh) 과정을 통해 데이터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 비유: 전자 칠판 – 빠르게 쓰고 지우며 전원이 꺼지면 내용이 사라짐
- 특징: 빠른 속도, 휘발성, 리프레시 필요
- 용도: 시스템 메모리(RAM), 그래픽 메모리(GDDR), 서버 DRAM 등
2. NAND란 무엇인가?
NAND는 비휘발성 플래시 메모리로,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저장 장치의 핵심으로 사용되며, 스마트폰의 저장 공간, USB 메모리, SSD, 메모리카드 등에서 널리 사용된다.
NAND는 도서관의 책장에 비유할 수 있다. 한 칸 한 칸에 책(데이터)을 정리해 넣고, 전기가 꺼져도 그 책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보를 오래 보관하고, 많은 내용을 정리하기 적합하지만, 원하는 책을 꺼내거나 다시 넣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
기술적으로는 전하를 가두는 플로팅 게이트 트랜지스터를 사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며, 셀 하나에 저장하는 비트 수에 따라 SLC, MLC, TLC, QLC로 나뉜다. 셀당 저장 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저장 용량은 커지지만 속도는 느려지고 수명도 줄어드는 특성이 있다.
또한, 최근에는 저장 용량을 늘리기 위해 셀을 수직 방향으로 쌓는 3D NAND 기술이 널리 사용된다. 이는 도서관의 책장을 위로 쌓아 공간을 절약하는 것과 비슷하다.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게 되면서 고용량 저장장치가 소형화되고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 비유: 도서관 책장 – 오랫동안 저장하고 꺼내 쓰는 공간
- 특징: 비휘발성, 대용량 저장, 상대적 저속, 셀 수명 제한
- 용도: SSD, 스마트폰 저장소, USB 메모리, SD카드 등
3. DRAM과 NAND의 주요 차이점 비교 및 성능 결정 요소
두 메모리는 용도와 성능, 기술 구조에서 다음과 같은 뚜렷한 차이를 가진다. 또한 각 메모리의 성능을 결정짓는 요소들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DRAM의 성능을 결정하는 요소:
- 클럭 속도: 데이터 전송 속도를 나타내며, MHz 단위로 표시된다.
- 대역폭: 초당 전송 가능한 데이터 양 (예: DDR5는 DDR4보다 대역폭이 높음)
- 용량: 작업 중 처리 가능한 데이터의 양에 직접적인 영향
- 지연 시간(Latency): 데이터를 요청한 뒤 응답이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NAND의 성능을 결정하는 요소:
- 인터페이스: SATA, PCIe, NVMe 등의 연결 방식에 따라 속도 차이 발생
- 셀 구조: SLC > MLC > TLC > QLC 순으로 속도와 수명이 달라짐
- 컨트롤러: 데이터 입출력 제어 및 오류 보정 성능이 전체 속도와 안정성에 영향
- 버퍼 메모리: 고속 캐시(DRAM 내장 여부)에 따라 실제 체감 속도 차이
4. DRAM과 NAND는 함께 쓰인다
현대 디지털 기기 대부분은 DRAM과 NAND를 동시에 사용한다. 스마트폰, 노트북, 서버,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서버 등 모두 빠른 연산 처리를 위한 DRAM과, 대용량 데이터 저장을 위한 NAND를 탑재하고 있다.
예시:
- 스마트폰: 8GB DRAM + 256GB NAND
- 노트북: 16GB DRAM + 1TB SSD(NAND 기반)
- 서버: 수백 GB의 DRAM + 수십 TB의 NAND 저장장치
이처럼 DRAM은 '뇌의 작업공간'이라면, NAND는 '장기 기억장치' 역할을 하며 두 기술은 분명한 역할 분담과 상호보완 관계를 갖는다.
5. 기술 트렌드와 시장 전망
DRAM은 고속·고대역폭을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학습용 서버 시장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HBM(High Bandwidth Memory)은 DRAM 칩을 수직으로 적층하고, 연산 칩과 가까운 위치에 배치하여 속도를 극대화한 구조로, AI 칩(GPU, NPU)과 함께 사용되며 각광받고 있다.
NAND는 3D 적층 기술의 성숙과 함께 초고용량 SSD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200단 이상을 쌓는 3D NAND 기술이 상용화되며, TB 단위의 저장장치를 개인 소비자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키옥시아 등 글로벌 기업들은 DRAM과 NAND 양쪽 모두에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향후 AI, 자율주행, IoT 시장이 성장할수록 이 메모리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6. 마무리
DRAM과 NAND는 같은 '메모리 반도체'로 분류되지만, 그 구조와 특성, 쓰임새는 완전히 다르다. DRAM은 휘발성이지만 속도가 빠르고, NAND는 느리지만 데이터를 보존한다. 하나는 작업 공간, 다른 하나는 저장 공간. 이 둘은 함께 사용되어야 비로소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가 제대로 작동한다.
따라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이해는 스마트폰의 저장 용량이나, 노트북의 램 업그레이드를 넘어서, 디지털 산업의 구조와 기술 흐름을 이해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앞으로도 DRAM과 NAND는 기술 변화의 핵심 축으로 작용하며, 우리의 일상과 산업 전반을 뒷받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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