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야기

[반도체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① - 전공정: 실리콘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기다]

화려하게 2025. 4. 4. 08:40
반응형




AI 시대, 그런데 뭔가 부족하다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심지어 냉장고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는 반도체가 들어 있다. 하지만 이 반도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도체 제조는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바로 전공정(前工程)과 후공정(後工程)이다. 전공정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미세한 회로를 만드는 과정이며, 후공정은 이 웨이퍼를 자르고 포장해 실제 제품으로 완성하는 단계다. 이번 글에서는 반도체 제조의 시작점인 전공정에 대해 쉽게 알아본다.


---

전공정이란 무엇인가?

전공정은 말 그대로 반도체 제조의 첫 번째 단계다. 주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위에 복잡한 회로를 수십, 수백 층으로 겹겹이 쌓아 올리는 작업이다. 이 과정은 매우 정밀해서, 머리카락 두께의 수천 분의 1 크기로 선을 새긴다.

전공정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이루어진다:

1. 실리콘 잉곳(Ingot)과 웨이퍼 제작

반도체의 기본 재료는 고순도 실리콘이다. 이 실리콘을 고온에서 녹이고, 결정 방향을 맞춰 원기둥 모양으로 천천히 성장시키는 과정을 통해 '잉곳(Ingot)'이 만들어진다. 잉곳은 반도체 성능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재료다.

완성된 잉곳을 얇게 잘라낸 것이 웨이퍼(Wafer)다. 웨이퍼는 매우 매끄럽고 균일해야 하며, 표면 결함이 없어야 좋은 칩을 만들 수 있다. 이 품질은 수율(좋은 칩이 나올 확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2. 클리닝(Cleaning)

웨이퍼는 여러 공정을 거치며 미세한 먼지나 오염물질이 묻을 수 있다. 이러한 불순물은 미세한 회로 형성에 방해가 되므로, 초순수(UPW, Ultra Pure Water)와 화학 용액으로 여러 차례 세척하는 '클리닝' 공정이 필수다. 웨이퍼 표면을 항상 청정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고품질 반도체 생산의 기본이다.

3. 산화 (Oxidation)

웨이퍼 표면에 얇은 산화막(주로 실리콘 산화막)을 형성하는 단계다. 이 절연막은 회로 간의 전기 신호 간섭을 막고, 이후 이온 주입 등 공정에서 웨이퍼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이는 열을 가해 산소 또는 수증기와 반응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4. 포토 공정 (Photolithography)

회로의 설계도를 웨이퍼 위에 인쇄하는 과정이다. 감광액(포토레지스트)을 웨이퍼 위에 도포한 후, 회로 모양이 새겨진 마스크를 통과한 자외선을 쏘아 특정 부분만 노광시킨다. 노광된 부분은 이후 현상 처리로 제거되며, 남은 패턴이 회로의 뼈대가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만들어질 기초가 마련된다.

5. 식각 (Etching)

식각은 회로를 새기는 공정 중 하나로, 포토 공정으로 남긴 패턴을 기준으로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하는 단계다. 이때 사용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습식 식각(Wet Etching): 화학 용액으로 물리적으로 녹이는 방식

건식 식각(Dry Etching): 플라즈마 상태의 기체로 미세하게 깎아내는 방식


에칭(Etching)은 아주 얇은 회로선을 정확히 남기기 위한 공정이므로, 미세 공정일수록 정밀도가 더욱 중요하다. 이 공정의 정교함이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한다.

6. 이온 주입 (Ion Implantation)

웨이퍼의 특정 영역에 전기를 띤 이온을 고속으로 쏘아 넣어, 전도성(도핑)을 조절하는 공정이다. 도핑된 영역은 전자가 잘 흐르거나 차단되도록 조절되어, 트랜지스터의 ON/OFF 작동이 가능해진다.

7. 어닐링(Annealing)

이온 주입 후 웨이퍼에 미세한 손상이 생기는데, 이걸 복구하고 이온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도록 고온에서 가열하는 공정이 '어닐링'이다. 마치 구운 반죽을 숙성시키는 과정처럼, 반도체 내 구조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8. 박막 증착 (Deposition)

회로의 다음 층을 형성하기 위해 아주 얇은 막(절연막, 도전막 등)을 웨이퍼에 입힌다. 대표적인 증착 방식으로는:

CVD(화학기상증착): 기체 화학물질을 웨이퍼 표면에서 반응시켜 박막을 형성

PVD(물리기상증착): 금속 원소를 증발시켜 웨이퍼에 입히는 방식


이 공정은 회로 간 연결이나 절연을 위한 재료 층을 만드는 데 필수다.

9. 평탄화 (CMP, 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여러 층이 쌓이며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화학적 연마제와 미세한 연마 패드를 활용해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다. 평탄화는 다음 층의 정확한 공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

전공정의 난이도와 기술력

전공정은 미세 공정이 핵심이다. 나노미터(nm) 단위의 회로를 정확하게 새기기 위해 고가의 장비와 청정 환경이 필수다. 예를 들어,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한 대당 수천억 원에 달하며, 2~3nm급의 초미세 공정에서만 사용된다.

또한 공정 하나하나가 수율에 직결되기 때문에, 정밀도와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 반도체 공장이 '클린룸'이라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먼지 한 톨이 전체 웨이퍼를 불량으로 만들 수 있다.


---

결론: 반도체의 정밀함은 전공정에서 시작된다

반도체는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초정밀 공정의 집합체다. 그 중에서도 전공정은 회로를 설계하고 실제로 만들어내는 가장 핵심적인 단계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우리가 알고 있는 CPU, 메모리, AI 칩이 탄생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