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NFT 이후, Web3는 사라진 걸까?
2021년과 2022년을 강타한 NFT 열풍은 분명 Web3 대중화의 첫 번째 파도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누구나 ‘탈중앙화’, ‘P2E’, ‘DAO’ 같은 용어를 들먹이며 미래를 이야기했죠.
하지만 2023년 이후 NFT 시장은 급격히 식었고, Web3는 어느새 기술 커뮤니티 외부에서는 언급조차 잘 되지 않는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Web3는 끝난 걸까요? 아니면 투기 열풍이 지나간 후에야 비로소 ‘진짜 Web3’가 시작될 수 있는 걸까요?
Web3는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인 기술의 흐름이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NFT가 사라진 자리에, Web3의 본질은 무엇으로 남아 있는가?”
이 글에서는 Web3의 핵심 구성요소 — 디지털 자산의 소유 개념, 탈중앙 아이덴티티(DID), DAO, 온체인 기록 등 기술적 본질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보고, AI 시대에 Web3가 어떤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겠습니다.
2. Web3의 진짜 핵심: 소유, 정체성, 기록, 조직
Web3는 단지 NFT나 암호화폐의 유행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는 인터넷의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중앙집중형 플랫폼 시대를 넘어서기 위한 철학적·기술적 도전입니다.
① 디지털 자산의 진짜 의미: ‘파일’이 아니라 ‘소유권’
Web3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소유'입니다. 기존의 인터넷에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계정, 콘텐츠, 데이터는 모두 플랫폼(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의 것입니다.
그러나 Web3에서는 지갑 주소를 통해 직접 소유하고, 보관하고, 전송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플랫폼 종속에서 벗어난 디지털 자산 주권을 의미하죠.
② 탈중앙 아이덴티티(DID): 로그인을 다시 설계하다
Web2의 로그인은 대부분 이메일, 패스워드, 구글 계정, 애플 계정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Web3에서는 지갑(메타마스크 등)을 통해 본인을 증명합니다. 이런 탈중앙화 아이덴티티(DID)는 본인의 정보와 자산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합니다.
DID는 단순한 로그인 도구가 아니라,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나만의 디지털 정체성이 됩니다.
③ 온체인 기록: 투명성의 재정의
모든 활동과 거래 기록이 블록체인에 남는다는 것은, 단순히 보안이 좋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는 누가 언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검증 가능한 역사'를 남기는 시스템입니다.
Web3는 결국, 기록을 ‘위에서 조작하지 못하는 구조’로 만들자는 시도이며, 이는 특히 법, 금융, 정부 시스템에서 막대한 잠재력을 지닙니다.
④ DAO: 조직 운영의 탈중앙 실험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는 코드를 통해 운영되는 커뮤니티 기반의 조직입니다. 전통적인 회사 구조가 아닌, 지분 기반의 투표와 기여로 운영되는 인터넷 네이티브 조직(처음부터 인터넷에서 태어난 조직)이죠.
- 구글 문서 하나로 회의를 하고,
- 디스코드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 스냅샷(Snapshot)으로 투표를 진행하고,
- 가버너스 토큰으로 운영 결정을 내립니다.
Web3는 단지 자산의 소유 방식이 아니라, 사람들이 협업하고 조직을 만드는 방식까지도 재설계하고 있는 기술입니다.
3. 왜 Web3는 대중화되지 못했나? 현실적 한계와 과제
Web3가 가진 철학과 기술의 잠재력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eb3는 아직 '대중화'에 성공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지 사람들이 기술을 몰라서일까요? 아니면 기술 자체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여기엔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합니다.
① UI/UX의 진입 장벽
Web3 서비스는 초보자에게 너무 어렵습니다. 지갑 설치, 시드 구문 보관, 토큰 전송, 네트워크 변경… 이 모든 과정이 일반 사용자에게는 큰 스트레스입니다.
반면 Web2는 이메일 하나면 로그인, 클릭 몇 번이면 결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간편하죠. 이 진입 장벽은 Web3가 ‘기술의 민주화’를 외치면서도 ‘기술 엘리트’만 사용하는 현실을 만들었습니다.
② 스캠과 투기, 그리고 신뢰의 추락
초기 Web3 붐은 투기적 자본에 의해 지나치게 부풀려졌습니다. NFT rug pull, DeFi 해킹, 가짜 DAO 등 사용자들이 피해를 본 사건이 끊이지 않았죠.
결국 ‘탈중앙화’라는 이상은 ‘무책임’과 종이 한 장 차이처럼 보였고, 일반인에게 Web3는 ‘수익 내고 도망가는 곳’이라는 이미지로 굳어졌습니다.
③ 규제 불확실성과 제도화 부족
전 세계 정부는 아직 Web3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자산인가? 서비스인가? 증권인가? 단순 콘텐츠인가?
이런 애매한 기준은 프로젝트를 불안하게 만들고, 사용자에게는 ‘법적 보호 장치’가 없다는 불안감을 줍니다. 그 결과 Web3는 여전히 제도권 밖의 실험처럼 취급되고 있죠.
④ 기술적 한계: 확장성과 속도
기술적으로도 Web3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트랜잭션 속도, 수수료(Gas), 확장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이더리움 기반 앱은 사용자 몰리면 느려지고 비싸집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Layer 2, Rollup, ZK 기술 등이 개발 중이지만, 완전히 실사용 단계로 넘어오기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는 ‘극복 가능한 문제’다
지금 Web3가 마주한 문제는 대부분 기술 초기에 겪는 자연스러운 병목입니다. 스마트폰도 초기에 버벅였고, 인터넷도 한때 느리고 위험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의 방향성’이며, Web3는 여전히 ‘탈중앙화된 인터넷의 미래’라는 비전을 붙잡고 있는 몇 안 되는 시도입니다.
4. AI 시대에 Web3가 필요한 이유
최근 AI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질문이 등장했습니다.
“우리는 기술에 얼마나 의존할 수 있는가?” “AI가 만든 콘텐츠는 누구의 것인가?” “데이터는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활용되는가?”
이 질문들은 곧 Web3의 존재 이유와 연결됩니다. Web3는 AI와 완전히 대조되는 기술은 아니지만, AI 시대에 보완재이자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① Web3는 ‘소유권’을 복원하는 기술
AI는 데이터를 학습하고, 콘텐츠를 만들며, 때로는 인간보다 더 그럴듯한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이 콘텐츠의 저작권, 출처, 책임은 누구의 것일까요?
Web3는 생성된 콘텐츠를 NFT화하거나 온체인으로 기록하여 누가 언제 무엇을 만들었는지, 그것이 어떤 가치로 거래됐는지를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합니다.
② 탈중앙화 신원 시스템은 AI와의 구분을 가능하게 한다
AI가 사람처럼 말하고, 사람처럼 그림을 그리고, 사람처럼 SNS 활동까지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인간과 AI’를 구분할 수 있을까요?
바로 DID(탈중앙화 아이덴티티) 기반의 ‘검증된 인간 증명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Web3 기반 신원 시스템은 AI의 디지털 존재와 인간 유저의 활동을 구분짓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③ DAO는 인간 중심의 기술 거버넌스 모델이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술이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그럴수록 더욱 필요한 건, 기술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인간 중심 거버넌스입니다.
DAO는 코드와 커뮤니티 기반의 자율조직으로, Web3 커뮤니티들이 어떤 가치를 추구할지, 어떤 방향으로 기술을 쓸지 직접 결정하는 모델입니다.
④ Web3는 AI로 인해 가속화된 중앙 집중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기술 흐름
AI는 거대한 컴퓨팅 자원, 학습 데이터, 클라우드 인프라를 가진 소수 기업에 의해 독점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Web3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오픈 시스템을 지향합니다.
이는 결국 기술권력의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AI 시대의 Web3는 단지 실험이 아니라, 기술적 권한 분산과 인간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선택지입니다.
5. Web3는 어디까지 와 있고,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Web3는 실패한 유행이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과열된 관심’ 이후, 조용하지만 깊게 기술 인프라를 다지는 침잠기에 들어간 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 생태계 인프라는 생각보다 많이 진화해 있다
현재 Web3 인프라는 2021년 NFT 열풍 때와 비교하면 훨씬 정교해졌습니다.
- 이더리움 Layer 2 솔루션: Arbitrum, Optimism, Base 등
- 소셜 DID 시스템: Lens Protocol, ENS 기반 신원 체계
- DAO 툴킷: Snapshot, Tally, Coordinape, Clarity
- 온체인 데이터 뷰어: Dune Analytics, Arkham, The Graph
지금 Web3는 ‘당장 눈에 띄는 성과’보다는 지속 가능한 구조 설계와 생태계 간 연결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Web3는 투자 대상이 아니라, 참여와 학습의 대상입니다. 개인이 지금부터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Web3 지갑 생성: 메타마스크, Rainbow, Phantom 등
- 온체인 활동 시도: Testnet 에어드랍, NFT 민팅, DAO 투표 등
- 기술 읽기: 토큰 이코노미, DID 시스템, 스마트 계약 기본 구조 이해
- 커뮤니티 참여: Web3 기반 프로젝트의 Discord, Telegram, 커뮤니티 포럼
Web3는 ‘서비스를 소비하는 사용자’가 아니라 ‘서비스를 함께 만드는 사용자’가 중심이 되는 생태계입니다. 지금 이 초기 단계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준비가 될 수 있습니다.
6. 진짜 Web3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다가오고 있다
Web3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지금은 조용히, 그러나 더 본질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NFT의 버블이 꺼진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디지털 소유권에 대해 고민하고, 플랫폼의 권한 남용을 불편해하며, AI로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출처와 신뢰를 다시 묻고 있습니다.
이런 질문들은 모두 Web3가 제시했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기술은 결국 ‘기준’을 바꾼다
Web3는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나, 새로운 코인이나, 유행하는 NFT 컬렉션이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디지털 시대에 인간이 무엇을 통제하고, 어떤 가치를 갖고,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를 재정의하려는 시도라는 점입니다.
진짜 Web3는 오고 있다 – 조용히, 확실하게
Web3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 그것이 ‘올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AI가 중심이 되는 세상일수록, Web3는 기술의 윤리와 소유, 자율성과 정체성을 되살리는 **중요한 철학이자 대안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요약 정리
- Web3는 NFT 투기 이후 잠잠해졌지만, 기술적 본질은 여전히 살아 있음
- 디지털 자산 소유권, DID, 온체인 기록, DAO는 Web3의 핵심 요소
- 대중화가 늦어지는 이유는 기술적 진입 장벽, 신뢰 문제, 규제 불확실성
- AI 시대에는 Web3의 투명성과 분산 구조가 더욱 절실해짐
- Web3는 지금도 진화 중이며, 개인은 학습과 커뮤니티 참여로 대비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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