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기술은 원래 ‘속도’가 다르다
법은 신중하고 보수적인 영역입니다. 반면, 기술은 빠르고 도전적이죠. 특히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이제 ‘빠르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폭발적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AI가 상상 이상의 속도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조하게 되면서, 기존의 법과 제도는 이 새로운 존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당황하고 있습니다.
미국, AI 작곡물에 ‘저작권 없다’고 판결
2023년, 미국 법원은 AI가 생성한 이미지에 대해 “창작성이 인간에 의해 기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명백히 선언한 겁니다. “AI는 작가도, 작곡가도, 화가도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묻는다면, 그렇다면 그 창작물은 누구의 것인가요? 프롬프트를 작성한 사람인가요? AI를 만든 기업인가요? 아니면… 그냥 아무도 아닌가요?
한국에서도 이제 법적 충돌이 시작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AI와 법이 마주하는 첫 접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AI 변호사', 'AI 판결문 작성기', 'AI 계약 분석기' 같은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기존 법체계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죠.
그럼 지금부터 이 글에서는, “AI 시대, 법은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저작권, 책임, 공정성, 법률 자문과 판결 시스템 등 다양한 이슈를 정리해보겠습니다.
AI가 만든 콘텐츠, 그건 누구의 것인가?
예술 작품이든 음악이든, 글이든, 우리가 흔히 ‘창작물’이라 부르는 것들은 전통적으로 저작권 보호를 받아왔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간의 창작 행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는 감정도, 의도도 없죠. 프롬프트라는 입력에 따라 수십억 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럴듯한 결과물을 조합합니다. 그렇다면 이 ‘결과물’은 누구의 것일까요?
미국 판례: AI는 저작자도, 소유자도 아니다
2023년 미국 법원은 AI로 생성한 이미지 작품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받기 위한 전제 조건은 인간의 창의적 개입”이라고 못박았습니다.
AI가 그린 그림에는 저작권이 없다. 이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향후 AI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매우 중요한 판례입니다.
그렇다면 AI를 ‘도구’로 쓴 사람은 저작권자가 될 수 있을까?
이건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눈 내리는 숲속에서 반려견이 뛰노는 장면”이라는 프롬프트만 입력하고, 생성된 결과물을 그대로 활용했다면, 과연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한국 저작권법도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자연인’만이 저작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AI가 생성한 결과물은 공공 영역으로 남거나, 소유권 없이 사용되게 되는 회색지대가 존재하죠.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 기업 마케팅팀이 Midjourney나 DALL·E로 생성한 이미지를 광고에 활용
- 작가가 ChatGPT로 소설 아이디어와 대사 일부를 생성해 작품에 삽입
- 유튜버가 AI로 제작한 영상/음악을 수익 창출에 사용
하지만 이 모든 창작물에 대해 ‘누구의 저작물인지’ 묻는다면, 지금까지는 그 누구도 명확히 답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AI가 법률 자문을 해도 괜찮을까?
최근 ‘AI 변호사’라는 개념이 언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2024년에는 미국 뉴욕에서 실제로 “AI 변호사 앱”이 법정에서 고객을 대리하려다 기각된 사례도 있었죠.
한편 국내에서도 일부 로펌은 AI를 이용해 자문서, 계약서 초안, 리스크 분석 문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AI는 이미 법률 시장의 ‘초안 도우미’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셈입니다.
그런데, 법률 자문이 틀리면 책임은 누가 질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AI가 잘못된 법률 조언을 했다면, 그로 인해 손해를 입은 사람은 누구를 상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 프롬프트를 입력한 사람? (사용자 책임?)
- AI 기술을 제공한 플랫폼? (OpenAI, 국내 스타트업?)
- AI 자체에 책임이 있을 수 있는가?
현행법은 AI에게 ‘법적 인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AI 자체가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결국 지금의 법 체계로는 이 문제를 명확하게 풀 수 없습니다.
법률 시장도 흔들린다: ‘AI 초안’의 현실
현재 국내 대형 로펌들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AI를 실제로 쓰고 있습니다.
- 소송 문서 초안 작성 (AI가 기존 유사 판례 참고)
- 영상 증거의 텍스트 전환 및 요약
- 정형화된 자문서의 자동 초안 생성
AI는 인간보다 빠르고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특히 반복되는 문서 작업에서는 굉장한 효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인간의 법 감정, 판례 간 미묘한 차이, 사회적 맥락은 아직 AI가 완전히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차이가 ‘판결을 바꾸는 핵심’이 되는 경우도 많죠.
변호사의 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하고 있다
AI는 법률 분야에서 반복적이고 문서 중심의 작업을 대신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 변호사는 전략, 감정, 협상, 윤리적 판단 등 더 복합적인 영역에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AI를 ‘변호사 대체자’로 볼 것이 아니라 ‘변호사를 도와주는 확장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입니다.
판결문도 AI가 쓰는 시대가 올까?
사실 ‘AI 판결문 작성기’는 이미 실험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중국은 일부 법원에서 판결문 초안을 AI가 자동으로 생성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한국 역시 2024년부터 ‘AI 판결문 추천 시스템’을 일부 법원에 도입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행정효율 측면에서는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간단한 사건은 AI가 과거 판례 기반으로 빠르게 초안을 만들고, 판사는 이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판결’에는 공정성과 사람의 판단이 필요하다
AI는 통계 기반 판단은 잘합니다. 그러나 법이라는 건 단순히 데이터로 해석되는 것이 아닙니다. 피고인의 상황, 피해자의 감정, 사회적 맥락, 시대 분위기까지 고려되어야 하죠.
예를 들어, 동일한 절도 사건이라도 피고인이 초범인지, 생계형인지, 반성하고 있는지 등에 따라 양형은 달라져야 합니다. 이런 ‘문맥’을 AI는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공정성’과 ‘차별 방지’는 가장 민감한 이슈
AI가 과거 판례를 학습한다는 건, 과거의 편향도 함께 학습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성별이나 인종에 대해 과거 판례가 더 엄격했다면, AI도 이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습니다.
즉, AI는 과거를 반복할 수 있지만, 과거를 반성하지는 않습니다.
법률 판단에 있어서 AI는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결국 윤리의 문제입니다. 판결은 단순히 ‘정답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반영하는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건 기술보다도 AI 법률 시스템의 투명성, 감시 체계, 윤리적 기준 마련입니다. 이것 없이 판결문을 자동화한다는 건, 기술 신뢰를 넘어선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AI 시대, 법은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을까?
AI는 인간이 만든 기술 중 가장 빠르게 진화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법은, 그 기술의 사회적 영향이 확인된 후에야 천천히 움직입니다.
바로 그 ‘속도 차이’가 지금 우리가 마주한 가장 큰 문제입니다. AI는 이미 창작하고, 자문하고, 조언하고, 문서를 쓰고, 예측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에 대해 어떤 규칙을 적용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의 핵심 과제는?
- AI 생성물의 소유권과 저작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
- AI가 법률 조언 또는 판단을 제공할 때의 책임 주체 규정
- AI가 편향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하는 투명한 학습 구조
- 법원, 변호사, 기업이 AI를 안전하게 도입할 수 있는 윤리 가이드라인 구축
결국 기술은 계속 나아갈 것이고, 법은 그 뒤를 쫓는 구조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간극을 줄이는 노력은 분명 가능하며, 지금이 그 준비의 골든타임입니다.
기술보다 빠른 건 ‘기준’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AI를 새로운 기술이 아닌, 새로운 사회적 존재로 대해야 합니다. AI가 창작한 작품, AI가 써준 판결문, AI가 추천한 법률 전략— 이 모든 것이 실제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는 현실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법도 더는 늦출 수 없습니다. AI 시대, 법은 ‘나중에 반응하는 수단’이 아니라, ‘먼저 기준을 제시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
요약 정리
-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아직 대부분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함
- AI의 법률 자문이나 판결문 작성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책임과 공정성 문제가 남아 있음
- 법은 AI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만큼, 기준과 윤리 체계를 앞서 마련하는 것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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